조각 소비자, 체리슈머
2023-05-15
그간 미뤄왔던 올해 2분기 전기와 가스 요금 인상이 결정됐다.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하지만 대표적인 공공 요금이라 대다수 가계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제조업 불황, 나라살림 적자, 대출 빚에 허덕이는 자영업자 등 언론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어려워진 경기 상황에 대한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마케터로서 경제가 어렵다는 말은 곧 소비의 위축, 마케팅 예산의 긴축이기에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한편 다행인 것은 이렇게 어려워진 경기 속에서 현명한 소비자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바로 ‘체리슈머’다.
‘체리슈머’는 ‘체리피커(Cherry Pick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한정된 자원에서 비용 대비 효용이 뛰어난 것을 골라 최대한 알뜰하게 소비하는 전략적인 소비자를 의미한다. ‘체리피커’가 케이크에 올려진 체리만 쏙 골라 먹듯 구매는 하지 않고, 혜택만 챙기는 얌체 소비자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면, ‘체리슈머’는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효율적인 소비자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을 내는 체리슈머의 스마트한 소비 방법을 살펴보고, 이들을 공략할 마케팅 전략을 고민해보자.
체리슈머의 대표적인 소비 형태는 ‘조각 소비’다.
체리슈머는 본인의 취향과 소비 경험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자 한다.
조각 소비는 사고 싶지만 혼자 모든 비용을 감당하기는 부담스러울 경우 여러 사람이 함께 사서 비용을 나누는 구매 형태다. 당근마켓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공동으로 구매 후 나누는 ‘같이 사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배달의민족에서는 ‘함께 주문’으로 배달비를 나눌 수 있다.
서비스뿐만 아니라 조각 상품을 내놓는 기업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체리슈머는 잉여 쓰레기 및 당장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1~2끼 분량으로 소분되어 판매하는 식재료나 소포장 제품 선호한다. GS25에서 갓생기획으로 나온 ‘쁘띠컵밥’ 이 좋은 예다. 또 와인 매장 ‘보틀벙커’에서는 와인을 한 잔씩 맛볼 수 있는 ‘테이스팅 탭’ 을 운영하여 인기를 끌고 있다.
알뜰한 소비와 취향저격 소비 경험 어느 하나 놓치지 않으며 합리적인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체리슈머’를 잡기 위해 뷰티와 플랫폼 등 시장에서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니어처 판매로 품절 대란이었던 클렌징 폼 브랜드 ‘휩드’, OTT구독 서비스를 조각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 ‘페이센스’, 올웨이즈, 공구마켓 등 공동구매 앱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앞으로도 체리슈머 공략 시장은 계속 커질 전망이다.
광고주 브랜드 중 체리슈머 특성에 맞는 제품의 마케팅 계획이 있다면, 이들의 조각 소비를 활성화 할 수 있는 색다른 캠페인을 기획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가령 단백질파우더 같은 대용량 제품의 경우 소분하여 다이어트와 관련된 다른 광고주 제품과 제휴 패키지를 구성한다거나,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인 광고주들이 있다면 패키지를 여러 가지 구성하여 매월 자신이 원하는 상품 및 서비스로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도록 유연성 높이는 것도 아이디어다.